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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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접전에서 바하무트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하스데야가 스스로 잠에 빠졌다.
바하무트는 하스데야의 육신을 마력으로 봉인했고, 인간은 접근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말리크의 기사단은 그 주변을 지켜 온 듯했다.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순간.
바하무트가 가장 차가운 물을 찾아갔다.
마족의 피를 인간에게 종속시키기 위한 마지막 방편이 그곳에 있었다.
“그게 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말을 꺼낸 것은 리얀이었지만 다들 같은 표정으로 라실리아를 보고 있었다.
“봉인.”
“봉인이라면…… 무엇을 봉인한 겁니까?”
라실리아는 다급히 불려온 상급 마법사들이 부랴부랴 그려낸 롤토토사이트 마법진에 시선을 돌렸다.
완성된 진에 마나를 구동시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제 마음은 미완의 진에 어서 뛰어들라고 수선스러웠다. 서걱서걱, 인내가 닳아 가는 소리가 고막 안에서 울리는 것만 같았다.
“기억이야. 내 꿈이 맞다면.”
“기억을 봉인했다는 말씀입니까? 그러니까 그때,”
“정확히는 마계에서의 기억이야. 마력을 봉인하려고 했지만 마족의 힘은 심장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그건 불가능했어. 그래서 대안을 찾은 게 기억이었다. 기억을 봉인하면 마력도 일부 봉인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어.”
그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어떻게든 그 전에 주술을 완성하고 싶었다. 그 어떤 방법도 온전하지 않았기에 바하무트는 자신의 기억에 손을 대려 했다.
“무모했지. 둘 다. 그만큼 간절했다는 말이기도 하고.”
마족으로서의 기억을 제거한 바하무트가 어떤 존재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최초의 반려는 그가 자신에 대한 기억까지 모두 잃을까 염려했다.
겨울 호수의 밖에서 불사조와 함께 그가 기억을 봉인하고 돌아오길 기다리던 그때, 불사조가 먼저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최초의 반려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때 심장이 까마득한 곳으로 굴러떨어지던 느낌이 제 것처럼 생생했다.
“하지만 성공했어.”
라실리아가 작게 웃었다.
모르지만 알고 있다는 불사조의 대답처럼, 돌아온 바하무트도 그랬다. 자신을 잊었지만 알고 있었다.
다행히 인간계에서의 기억은 시간과 함께 되돌아왔다.
사흘의 시간이 걸렸다. 바하무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그 시간은 롤베팅 반려의 영혼에 칠백 년 간 지워지지 않을 추억을 남겼다.
“기억을 버릴 가치가 있었다고…… 그렇게 말했어.”
사흘 뒤 반려의 주술이 완성되었고, 최초의 반려는 숨을 거두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사흘의 추억과 길고 긴 기다림이었다.
하지만 기다림도 가치가 있었다. 결국은 만나게 되었으니까. 사흘은 이제 평생이 될 테니까.
“그럼 황후 폐하께서는 폐하께서 그곳에 가신 이유도 짐작하고 계십니까? 기억을 봉인한 곳이라고 해도……. ……아니, 잠깐.”
리얀이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안색을 바꾸었다.
“설마…… 기억을 되찾으러 가신 겁니까? 마족의 기억을?”
반려의 주술을 완성하기 위해서 기억을 잃어야 했다. 그러니 롤배팅 깨졌다면 기억을 되찾으려 하는 건 자연스러운 순서일지도 몰랐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라실리아가 너무 작아서 제 귀에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작은 목소리로 간신히 답을 했을 때 이동진이 완성되었다.
“이제 가실 수 있습니다, 황후 폐하!”
“그래.”
피피를 소중히 안은 라실리아가 마법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주술은 통하지 않았다.
호수 바닥으로 가는 방법은 그때처럼 직접 몸을 움직여 가는 것뿐이었다.
“다시 생각하십시오, 황후 폐하.”
그래서 근위대 기사들은 필사적으로 라실리아를 말렸다.
눈앞에는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섬뜩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백지 안으로 걸어 들어온 것처럼 하얀색 외에는 무엇도 없는 곳에 단 하나, 새파란 호수만 존재했다. 흰색과 파란색의 선명한 경계가 보는 눈을 베어 낼 것처럼 예리했다.
“그곳에 폐하가 정말로 계실지 안 계실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일단 스타베팅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니. 소용없어. 길을 알지 못하면 어차피 갈 수 없을 것이다.”
리얀이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흔들었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주술도 찾지 못하는 길이다.”
“황후 폐,”
“내가 가야 해. 경들은 이곳에서 기다리도록.”
“제발, 좀…….”
리얀이 입술을 깨물었다.
“저 호수가 얼마나 깊은지 아시지 않습니까. 만일, 정말이지 만에 하나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저희들은 두 분을 모두 잃을 수도 있습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 리얀의 얼굴이야말로 시체 같았다.
“그럴 일은 없어. 호르세드 경이 수호의 주술을 걸어 줄 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내 헤엄 실력은 믿지 못해도 호르세드 경의 주술이라면 믿을 수 있을 텐데.”
“……황후 폐하.”
리얀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럼 최소한 저라도 데려가 주십시오. 저는 길을 찾지 못하겠지만 황후 폐하께서 데려가신다면 얘기가 다를 겁니다.”
“아니. 그것도 안 될 것 같아.”
리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그조차도 안 된다고 하십니까?”
리얀은 지금 걱정으로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지금 롤드컵토토 리얀의 눈에는 라실리아가 답이 없는 절망에 빠진 나머지 죽음도 죽음인지 알지 못하는 그런 상태로 보였다.
레스칼이 정말로 사라질 리 없었다. 주술에 문제가 생겼다고 할지라도 라실리아가 있는 한 분명히 돌아올 것이다.
레스칼과 라실리아의 관계는 리얀이 아는 한 무엇보다도 견고했다. 그걸 단지 주술로 묶였을 뿐이라고 할 머저리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냥 조금, 문제가 생겼을 뿐이었다.
라실리아가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기다리면 돌아올 것이다. 리얀은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경은 길을 잃게 될 가능성이 커. 호르세드 경이나 다른 주술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제 몸을 황후 폐하께 묶는다 해도요?”
“그런 수가 통했다면 주술이 통하지 않을 일도 없었겠지.”
“그럼…… 그럼 저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리얀이 떼를 쓰는 아이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닌 게 아니라 떼를 쓰고 싶었다. 들어주는 사람만 있다면.
“시그레스 경.”
라실리아가 몸을 숙여 리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황후 폐하…….”
“경의 눈에 지금 내가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 알아. 하지만 경이 알아야 할 것도 있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을 폐하와 함께 있기 위해 기다렸고, 그러기 위해서 겨울 호수에 뛰어드는 것보다 더 위험하고 무모한 짓도 했을 것이다. 이쯤은 감당할 수 있어.”
리얀이 입을 벌려 소리 없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여전히 무모하고 위험한 일입니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해야겠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여기서 끝낼 마음이 조금도 없으니까. 반드시 폐하를 찾아서 함께 돌아오겠다.”
리얀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라실리아의 손을 잡았다.
“소드 마스터는 그런 말을 듣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사람 같습니다만……. 부디, 제발 무사히……,”
리얀은 끝내 말을 마치지 못했다.
무슨 짓을 해도 라실리아를 말릴 수는 없을 것이다.
리얀이 옳았다. 레스칼과 라실리아의 관계는 무엇보다 견고했다. 애초에 롤토토 사람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무사할 것이다. 폐하가 저 밑에 계시는 한.”
라실리아가 두터운 털 망토를 벗었다. 물 속에서 도움이 안 될 신발과 장신구 등을 덜어내 최대한 가벼운 차림이 된 라실리아가 피피를 담은 작은 주머니를 등에 매달고 호수 안으로 뛰어들었다.
* * *
풍덩!
물은 기억보다 더 차가웠다.
생각보다 빠르게 몸을 얼렸고 의식을 앗아 갔다.
‘이건 너무…… 너무 차갑잖아.’
그래서 조금 화가 났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말도 없이 사라져서, 그래서.
‘이번에는 몸에 불을 지펴 주는 정도로 안 돼.’
이걸 보상하려면 더한 것을 해 줘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 같은 것을.
‘쉽게 용서 안 할 거야. 절대.’
레스칼을 향해 울컥 원망을 쏟아냈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쿨럭!”
그리고 기침과 함께 정신이 들었다.
라실리아는 자신이 예전에 왔었던 그 호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는 스타토토 알게 되었다.
“어떻게 여길……. ……아, 피피!”
정신을 차린 라실리아가 몸을 더듬어 피피를 담아 놓은 주머니를 찾았다. 주머니는 입구가 열린 채 텅 비어 있었다.
“피피!”
“이걸 찾나?”
“……!”
라실리아가 홱 고개를 돌렸다. 눈이 더 커질 수도 없을 만큼 벌어졌다.
“……폐하!”
레스칼이 그곳에 있었다.
어디 한 군데 다친 곳이나 변이된 곳 없이, 무사한 모습으로.
그러나 전혀 다른 표정으로.
“너는 인간인 나를 아는가 보군.”
정신없이 몸을 일으켜 달려가던 라실리아가 주춤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자리에서 굳었다.
“왜 인간이 나의 심장을 가지고 있나.”
“…….”
목소리도 굳은 것 같았다.
잊었어, 나를.
그 외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를 잊었어. 나를 기억하지 못해.
“대답을 들었으면 하는데.”
다음 순간 레스칼이 앞으로 바싹 다가와 있었다. 늘 감탄했던 길쭉하고 우아한 손이 눈앞으로 뻗어 왔다.
“……흡,”
레스칼의 손가락 끝이 목을 눌렀다.
그는 아주 간단히 자신을 죽일 수 있었다.
기억을 잃었으니까. 칠백 년 동안 표식에 담아 소중히 이어지게 한 기억을.
“입을 열어라.”
“그,”
라실리아는 울지 않기 위해 이를 물었다.
아직은 울 때가 아니었다. 할 일이 아주 많았다. 깨끗하게 홀덤사이트 온라인홀덤 버린 레스칼의 머릿속에 자신이 누군지 채워 넣어야 했다.
“그야…… 당신이 내게 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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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순간.
바하무트가 가장 차가운 물을 찾아갔다.
마족의 피를 인간에게 종속시키기 위한 마지막 방편이 그곳에 있었다.
“그게 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말을 꺼낸 것은 리얀이었지만 다들 같은 표정으로 라실리아를 보고 있었다.
“봉인.”
“봉인이라면…… 무엇을 봉인한 겁니까?”
라실리아는 다급히 불려온 상급 마법사들이 부랴부랴 그려낸 롤토토사이트 마법진에 시선을 돌렸다.
완성된 진에 마나를 구동시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제 마음은 미완의 진에 어서 뛰어들라고 수선스러웠다. 서걱서걱, 인내가 닳아 가는 소리가 고막 안에서 울리는 것만 같았다.
“기억이야. 내 꿈이 맞다면.”
“기억을 봉인했다는 말씀입니까? 그러니까 그때,”
“정확히는 마계에서의 기억이야. 마력을 봉인하려고 했지만 마족의 힘은 심장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그건 불가능했어. 그래서 대안을 찾은 게 기억이었다. 기억을 봉인하면 마력도 일부 봉인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어.”
그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고, 어떻게든 그 전에 주술을 완성하고 싶었다. 그 어떤 방법도 온전하지 않았기에 바하무트는 자신의 기억에 손을 대려 했다.
“무모했지. 둘 다. 그만큼 간절했다는 말이기도 하고.”
마족으로서의 기억을 제거한 바하무트가 어떤 존재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최초의 반려는 그가 자신에 대한 기억까지 모두 잃을까 염려했다.
겨울 호수의 밖에서 불사조와 함께 그가 기억을 봉인하고 돌아오길 기다리던 그때, 불사조가 먼저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최초의 반려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때 심장이 까마득한 곳으로 굴러떨어지던 느낌이 제 것처럼 생생했다.
“하지만 성공했어.”
라실리아가 작게 웃었다.
모르지만 알고 있다는 불사조의 대답처럼, 돌아온 바하무트도 그랬다. 자신을 잊었지만 알고 있었다.
다행히 인간계에서의 기억은 시간과 함께 되돌아왔다.
사흘의 시간이 걸렸다. 바하무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그 시간은 롤베팅 반려의 영혼에 칠백 년 간 지워지지 않을 추억을 남겼다.
“기억을 버릴 가치가 있었다고…… 그렇게 말했어.”
사흘 뒤 반려의 주술이 완성되었고, 최초의 반려는 숨을 거두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사흘의 추억과 길고 긴 기다림이었다.
하지만 기다림도 가치가 있었다. 결국은 만나게 되었으니까. 사흘은 이제 평생이 될 테니까.
“그럼 황후 폐하께서는 폐하께서 그곳에 가신 이유도 짐작하고 계십니까? 기억을 봉인한 곳이라고 해도……. ……아니, 잠깐.”
리얀이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안색을 바꾸었다.
“설마…… 기억을 되찾으러 가신 겁니까? 마족의 기억을?”
반려의 주술을 완성하기 위해서 기억을 잃어야 했다. 그러니 롤배팅 깨졌다면 기억을 되찾으려 하는 건 자연스러운 순서일지도 몰랐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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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실 수 있습니다, 황후 폐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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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술은 통하지 않았다.
호수 바닥으로 가는 방법은 그때처럼 직접 몸을 움직여 가는 것뿐이었다.
“다시 생각하십시오, 황후 폐하.”
그래서 근위대 기사들은 필사적으로 라실리아를 말렸다.
눈앞에는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섬뜩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백지 안으로 걸어 들어온 것처럼 하얀색 외에는 무엇도 없는 곳에 단 하나, 새파란 호수만 존재했다. 흰색과 파란색의 선명한 경계가 보는 눈을 베어 낼 것처럼 예리했다.
“그곳에 폐하가 정말로 계실지 안 계실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일단 스타베팅 먼저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니. 소용없어. 길을 알지 못하면 어차피 갈 수 없을 것이다.”
리얀이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개를 흔들었다.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주술도 찾지 못하는 길이다.”
“황후 폐,”
“내가 가야 해. 경들은 이곳에서 기다리도록.”
“제발, 좀…….”
리얀이 입술을 깨물었다.
“저 호수가 얼마나 깊은지 아시지 않습니까. 만일, 정말이지 만에 하나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저희들은 두 분을 모두 잃을 수도 있습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 리얀의 얼굴이야말로 시체 같았다.
“그럴 일은 없어. 호르세드 경이 수호의 주술을 걸어 줄 테니까.”
“아무리 그래도,”
“내 헤엄 실력은 믿지 못해도 호르세드 경의 주술이라면 믿을 수 있을 텐데.”
“……황후 폐하.”
리얀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럼 최소한 저라도 데려가 주십시오. 저는 길을 찾지 못하겠지만 황후 폐하께서 데려가신다면 얘기가 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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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그조차도 안 된다고 하십니까?”
리얀은 지금 걱정으로 정신이 나가기 직전이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지금 롤드컵토토 리얀의 눈에는 라실리아가 답이 없는 절망에 빠진 나머지 죽음도 죽음인지 알지 못하는 그런 상태로 보였다.
레스칼이 정말로 사라질 리 없었다. 주술에 문제가 생겼다고 할지라도 라실리아가 있는 한 분명히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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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조금, 문제가 생겼을 뿐이었다.
라실리아가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기다리면 돌아올 것이다. 리얀은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경은 길을 잃게 될 가능성이 커. 호르세드 경이나 다른 주술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제 몸을 황후 폐하께 묶는다 해도요?”
“그런 수가 통했다면 주술이 통하지 않을 일도 없었겠지.”
“그럼…… 그럼 저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리얀이 떼를 쓰는 아이처럼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닌 게 아니라 떼를 쓰고 싶었다. 들어주는 사람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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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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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길……. ……아, 피피!”
정신을 차린 라실리아가 몸을 더듬어 피피를 담아 놓은 주머니를 찾았다. 주머니는 입구가 열린 채 텅 비어 있었다.
“피피!”
“이걸 찾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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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 군데 다친 곳이나 변이된 곳 없이, 무사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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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이 나의 심장을 가지고 있나.”
“…….”
목소리도 굳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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